해가사의 터 삼척 증산동 문화,유적

바람이 잔잔히 불던 초가을 오후, 삼척 증산동의 ‘해가사의 터’를 찾았습니다. 도심 외곽의 낮은 언덕 위, 소나무숲 사이로 난 흙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표지석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은 조용했고, 멀리서 파도소리가 은근히 들려왔습니다. 그 자리엔 지금 건물이 남아 있지 않지만, 바람에 실린 풀냄새와 햇살 사이로 옛 선비의 자취가 느껴졌습니다. 이곳은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해가(海迦) 김흥경’이 은거하며 학문과 시문에 몰두했던 자리로 전해집니다. 흔적은 단출하지만, 공간에 스며 있는 기운이 유독 맑고 단정했습니다. 발 아래에 부서진 낙엽과 바람의 울림이 세월의 결을 대신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1. 증산동 마을을 지나 닿는 길

 

해가사의 터는 삼척시 증산동 마을 끝자락의 낮은 구릉지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해가사의 터’를 입력하면 도로 끝에서 작은 비석이 세워진 입구까지 안내됩니다. 주차는 인근 도로변에 가능하며, 이후 흙길과 짧은 오르막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터에 도착합니다. 길 양옆에는 소나무와 억새가 어우러져 있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잔잔한 파도소리가 들립니다. 오르는 길은 완만하지만, 돌길이 드문드문 섞여 있어 천천히 걷는 게 좋습니다. 도심에서 불과 몇 분 떨어진 곳임에도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언덕 위에 오르면 삼척 시내와 바다가 동시에 바라보이는 지점이 나오고, 그 끝에 ‘海迦祠址(해가사터)’라 새겨진 표지석이 조용히 서 있습니다.

 

 

2. 남은 것은 없지만, 공간이 말해주는 이야기

 

현재 해가사의 터에는 건물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면 분명 누군가 오래 머물며 사색했던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터는 평평하게 다듬어진 흙바닥으로, 주변에는 오래된 돌담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몇몇 돌들은 마치 초석처럼 땅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그 위로 들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솔향과 흙냄새가 뒤섞여 은은한 향기를 냈습니다. 서쪽으로는 낮은 산이, 동쪽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위치라 사계절의 풍경이 다채로웠을 것입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가 품고 있던 사유와 정신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고요한 공간일수록 이야기는 더 또렷이 들렸습니다.

 

 

3. 해가 김흥경의 삶과 해가사의 의미

 

해가사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김흥경(海迦 金興慶, 1522~1593)의 거처이자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었습니다. 그는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과 인격수양에 전념하며 삼척 일대에서 많은 제자를 길렀다고 전해집니다. 이름 ‘해가(海迦)’는 ‘바다의 거문고 소리’라는 뜻으로, 자연과 문학을 사랑한 그의 성정을 상징합니다. 이곳에서 그는 학문뿐 아니라 시문과 음악에도 몰두했으며, 바다를 벗 삼아 마음의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이후 후손들과 지역 유생들이 그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해가사’를 세웠으나, 세월과 전란을 거치며 지금은 터만 남았습니다. 안내비에는 “그의 학문은 사라졌으나, 정신은 여전히 바람 속에 머문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4. 자연이 품은 고요한 풍경

 

해가사의 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소박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동쪽으로는 삼척 앞바다가 푸르게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낮은 구릉과 마을의 지붕들이 점점이 보입니다. 언덕 위에는 억새가 부드럽게 흔들리고,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잔잔한 소리가 들립니다. 근처에는 오래된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마치 옛 주인을 기억하듯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흙길을 따라 내려오다 뒤돌아보면, 햇살에 반사된 바다가 은빛으로 빛나며 터를 감싸 안는 듯했습니다. 인공적인 장식 하나 없는 공간이지만, 자연의 구성만으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단정하고 절제된 고요함 속에 사람의 흔적이 부드럽게 스며 있었습니다.

 

 

5. 인근 명소와 함께 둘러보기 좋은 코스

 

해가사의 터를 둘러본 뒤에는 차로 10분 거리의 ‘삼척죽서루’를 방문하면 좋습니다. 동해의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누각으로, 해가 김흥경이 자주 찾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또한 ‘삼척항’에서는 어선들이 드나드는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고, ‘삼척해변’에서 바다를 따라 산책하며 여유를 즐기기 좋습니다. 점심은 인근 ‘삼척해물뚝배기집’에서 해물뚝배기나 오징어순대를 추천합니다. 지역의 맛과 향이 여행의 여운을 더했습니다. 오후에는 ‘도계역사체험관’이나 ‘삼척도계탄광문화촌’을 방문해 삼척의 산업사와 근현대 문화를 함께 느껴보면 하루 일정이 완성됩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여정이었습니다.

 

 

6. 방문 시 참고할 점과 팁

 

해가사의 터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주변은 비포장 흙길이 많아 운동화나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정표가 작으니 ‘증산동 해가사터’ 표지석을 기준으로 찾는 것이 정확합니다. 여름에는 잡초가 무성하므로 긴 바지를 추천하며, 봄과 가을에는 억새와 풀빛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흙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조용히 머무르며 옛 선비의 마음을 느끼는 공간입니다. 해질 무렵 바다가 붉게 물들 때 방문하면, 바람과 빛이 어우러진 고요한 장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잠시 생각을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습니다.

 

 

마무리

 

삼척 증산동의 해가사의 터는 비록 건물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가 지닌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었습니다. 바람과 흙, 나무와 햇살이 어우러진 이곳에는 학문과 사색, 그리고 자연에 대한 존중이 고요히 남아 있었습니다. 세월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 듯하지만, 공간은 여전히 한 사람의 삶과 철학을 품고 있었습니다. 바다와 산이 동시에 보이는 자리에서, 인간의 흔적이 얼마나 덧없으면서도 깊은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다시 삼척을 찾는다면, 바람이 부는 오후에 이곳의 언덕을 천천히 걸으며 해가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해가사의 터는 지금도 묵묵히, 사라진 건물 대신 고요한 정신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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